고혈압보다 더 위험하다? 저혈압
흔히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늘은 저혈압에 대해 알아보자.
저혈압이란
저혈압은 혈압이 정상(수축기 혈압 120mmHg, 확장기 혈압이 80mmHg)보다 낮게 나오는 것을 말한다. 주로 수축기 혈압이 90mmHg 이하이거나, 최저 혈압이 60mmHg 이하인 것을 기준으로 한다. 저혈압은 그 자체를 특별히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지는 않다.
저혈압의 종류와 원인
① 본태성(일차성) 저혈압 : 특별히 원인이 되는 질환이 없이 혈압만 낮은 경우다. 일반적인 저혈압이 거의 여기에 속한다. 현기증, 두통, 팔다리 저림, 전신 무기력, 피로감, 불면 등을 호소하고, 서맥이나 변비를 수반하는 경우도 있다. 심하면 시력장애, 구역,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부모가 저혈압이면 자녀도 저혈압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아, 유전이나 체질과 관련이 있다고 보인다.
본태성 저혈압은 시간이 지나도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합병증이 생기는 일이 거의 없다. 따라서 특별히 불편한 증상이나 원인 질환이 없다면, 인위적으로 혈압을 높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으며, 크게 염려하지 않고 일상생활에 임하는 것이 좋다. 약물요법 이전에 적당한 운동,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식사, 원활한 배변 활동 등을 유지하여 저혈압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② 증후성(속발성, 이차성) 저혈압 : 저혈압의 분명한 원인 질환이 존재하는 경우다.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급성은 출혈, 탈수, 급성 심부전, 심근경색, 쇼크 등으로 인해 혈압이 급격히 저하된 것이다. 만성은 심장 질환, 폐 질환(천식, 폐기종, 폐결핵 등), 내분비 질환(갑상선 기능 저하증, 부신 기능 저하증, 폐경기), 암, 백혈병 등에 의해 만성적으로 혈압이 저하된 것을 말한다.
속발성 저혈압은 먼저 그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체액 보충이나 교감 신경 자극제와 같이 혈압을 높여주는 약물이 필요할 수도 있다.
③ 기립성 저혈압 : 누워 있거나 앉아 있을 때는 정상이지만, 일어설 때 갑자기 혈압이 떨어져 최고 혈압이 20mmHg 이상 내려가는 것을 말한다.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체위를 변환시키거나 장시간 서 있게 되면 혈액은 중력에 의해 자연적으로 하반신으로 모인다. 이런 경우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액량이 감소하게 되므로 신경 반사가 작동하여 일정한 혈압을 유지하게 되는데, 이 반사 기구에 장애가 생겨 저혈압이 발생하는 것이다.
기립성 저혈압은 일어설 때 아찔한 느낌, 어지러움, 창백해짐, 심장 두근거림 등이 나타나며, 대개 몇 분이 지나면 증상이 사라져 안정을 찾게 된다. 그러나 심하면 갑자기 속이 메스껍거나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앞이 캄캄해져 쓰러지게 된다. 의식을 잃게 되는 시간은 대개 수 초~수 분이고, 의식이 회복되면 다른 증상도 함께 사라진다.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했을 때는 옆으로 누워 안정을 취하면 간단히 회복될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이 자주 발생하는 경우, 평소에 수분과 염분을 적절하게 섭취해야 하고, 체위 변화에 따른 저혈압의 발생을 방지해야 한다. 특히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잠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나거나, 장시간 쪼그려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위험할까?
혈압은 개인이나 시간, 신체활동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혈관 내의 압력이 신체 곳곳에 혈액을 공급하는데 별문제가 없다면 혈압이 낮다고 해도 정상으로 볼 수 있다. 단지 저혈압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는 기립성 저혈압, 탈수, 혈압약의 과다복용 등에 의한 경우다. 실제로 저혈압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상황은 갑자기 발생하는 쇼크 상황이다. 쇼크는 체내에 순환하는 혈액량 자체가 부족하거나, 심장이 효과적으로 혈액을 펌프 할 수 없을 때 발생한다. 급성 심근경색, 과다 출혈, 패혈증, 아나필락시스 등의 쇼크로 인한 저혈압인 경우가 위험하며, 이 외의 저혈압은 위험한 범주에 속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만성 저혈압의 경우 동맥경화의 진행 속도가 늦어 평균수명이 10년 더 길다는 보고도 있다. 어지러움, 팔다리 저림, 쇠약감 등의 증상을 호소하더라도 이는 의학적으로 큰 문제는 없으며,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 한약, 침 치료 등으로 조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