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라디오] 냉면.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115.94.92.18)  lky@lky.l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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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 KBS1라디오

 

시간의 흐름은 누구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서서히 더워져가는 날씨가 여름을 알리고 있는데요. 이럴 때면 입맛도 점점 잃어가는데요. 이럴 때 시원한 냉면한 그릇. 생각만 해도 더위가 가시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발표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음식으로 겨울에는 불고기, 여름에는 냉면이 으뜸으로 꼽혔다는데요. 오늘은 이 냉면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철, 더위를 식히는 데는 냉면만한 것이 없는데요, 어떻습니까? 냉면이 여름철 나는 데에 도움이 되나요?

 

우리나라 풍속을 기록해 놓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보면 “메밀국수를 무김치와 배추김치에 말고 돼지고기 섞은 것을 냉면이라고 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냉면은 메밀로 만들거나 고구마나 감자 전분으로 만드는데요, 동치미 국물이나 쇠고기․닭고기․꿩고기로 육수를 만들어 차게 식혀서, 국수를 말아 식초와 겨자를 곁들여 먹죠.

 

1-1. 동치미 국물은 겨울에 즐기는 음식 같은데요?

 

네, 냉면은 원래는 겨울음식이었습니다. 겨울철에 따뜻한 온돌에서 속까지 시원하게 먹는 음식이었던 거죠.

 

한의학적으로 봤을 때 외부온도가 높아지면 내장은 오히려 냉해지고, 밖이 추우면 내장은 오히려 열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겨울에 내장의 열을 내리는 음식으로 냉면을 많이 이용했던 것이죠.

 

1-2. 겨울에 오히려 내장에 생긴 열을 끄기위해 먹던 음식이 냉면이로군요?

 

냉면은 원래 이북지방에 많이 발달했던 음식으로 우리나라 전역에 퍼지게 된 계기는 6.25때문이었다고 합니다. 1.4후퇴때 이북사람들이 내려오면서 우리나라 전역으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초기에 맛이 자극적이던 냉면은 점차 부드럽고 개운해진 방향으로 변해 와서 지금과는 많이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맛이 순해지고 동치미 국물보다는 고기육수를 이용하면서 냉면은 겨울음식에서 더위를 쫓는 여름철 필수 식품으로 자리잡았다고 하겠습니다.

 

 

2. 냉면은 겨울철 음식에서 여름철 음식으로 변해온 것이군요. 그런데, 냉면하면 함흥냉면이다, 평양냉면이다 하는데 비빔냉면과 물냉면의 차이인간요?

 

냉면에는 비빔냉면과 물냉면이 있지요. 비빔냉면은 함흥냉면이고 물냉면은 평양냉면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더 중요한 차이는 재료의 차이에 있습니다.

 

함흥냉면은 고구마나 감자의 전분으로 만들어 가늘고 맛이 쫄깃쫄깃 한 게 특징이고, 평양냉면은 메밀전분으로 만들어 부드러우면서도 맛이 좀 쌉쌀한 게 특징입니다.

 

또, 평양냉면은 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는 물냉면식이 많고 함흥냉면은 맵고 새콤한 양념에 홍어나 가자미를 삭힌 것을 넣어 먹는 비빔냉면이나 회냉면이 많습니다.

 

3.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의 차이는 바로 만드는 재료의 차이였군요. 그럼 메밀이 많이 들어간 평양냉면에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동의보감에는 메밀에 대해 “그 성질은 차가우며, 맛은 달고 독성이 없어 내장을 튼튼하게 하고 기력을 돕는다, 그리고 오장에 있는 더러운 것을 몰아내고 정신을 맑게 한다.” 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특히 메밀은 변비를 막아주는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메밀 속에 혈압을 내리게 하는 루틴이라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데요. 이 루틴은 혈압을 내리게 하면서, 혈관 벽을 튼튼하게 해주기 때문에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또, 평양냉면의 동치미 국물은 소화 증진에 아주 좋은데요. 무와 배추, 파, 고추, 마늘, 생강 속에 들어있던 녹말 분해효소가 소금절임의 과정을 통해 동치미 국물 속으로 녹아 나왔기 때문이죠.

 

곁들여 먹는 식초는 유기산이 아주 풍부하죠. 식초의 유기산은 피로물질인 젖산을 분해해서 피로회복에 아주 좋고요.

 

 

4. 평양냉면은 동맥경화를 예방해줄 뿐만 아니라 소화촉진, 피로회복에도 좋은 효과가 있군요. 고구마나 감자의 전분으로 만든 함흥냉면은 어떤 점이 좋은가요?

 

감자는 비타민C가 아주 풍부하죠. 비타민C는 혈관 벽을 강하게 해주고 콜레스트롤의 합성을 억제하여 동맥 경화를 막아주고 당뇨병을 예방하며 면역력을 높여줍니다.

 

또, 고구마는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인데요. 고구마의 칼륨 성분은 몸속에 불필요한 나트륨을 소변과 함께 배출시켜 고혈압 등의 성인병을 예방하고 뇌졸중을 막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식이섬유가 아주 풍부하기 때문에 대장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해서 변비를 예방하죠.

 

 

5. 냉면은 동맥경화를 예방해 주는 효과가 있었군요. 그러면서도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차이가 좀 나네요. 냉면에 겨자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데 겨자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한의학에서는 겨자를 ‘개자’라고 하는데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매우며 독이 없고 눈과 귀를 밝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 때문에, 예로부터 만성 관절염이나 혈액순환을 돕는데 사용하곤 하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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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신명한방임상연구소 김양진 박사와 상지대 한의과대학 본초방제연구소 이장천, 이영철 교수팀의 연구결과, 겨자씨앗이 류머티즘 관절염의 염증을 억제하고 통증을 경감시키며 연골괴사를 억제하는 효과를 지닌 사실을 밝혀냈죠.

 

한의학에서 백개자(白芥子)로 불리는 겨자씨앗은 그동안 기관지 천식과 비염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학계 보고는 있었으나 류머티즘 관절염에 대해 치료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김 박사는 “한의학에서는 류머티즘 관절염을 비증(痺證), 또는 역절(歷節)풍이라 부르는데 관절에 차고 습한 기운이 정체돼 생긴다”면서 “겨자씨의 맵고 따뜻한 성질이 관절 주위의 차갑고 습한 기운을 흩뜨려서 관절염에 치료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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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의 재료가 되는 것들은 대체로 찬 기운을 가지고 있는데, 겨자가 들어감으로써 찬 기운을 조절하고 여름철에 식품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며 배탈을 예방하는 역할도 하게 됩니다.

 

 

6. 겨자가 들어가서 냉면이 몸을 차게 하는 것을 막아주고, 배탈도 막아주는 효과가 있군요. 그럼 냉면은 어떻게 먹는 게 좋은가요?

 

냉면을 먹을 때는 먼저 계란을 먹고 냉면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메밀은 성질이 차고 입자가 거칠기 때문에, 빈 속에 먹었을 때 위내벽이 손상될 수 있죠. 그래서 계란을 먼저 위의 손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냉면에 식초를 한두 방울 정도만 첨가해 먹도록 합니다. 신맛이 입맛을 돋우는 효과는 좋지만, 입안을 산성으로 만들어 치아의 칼슘이 빠져나와 치아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식초를 살짝 쳐서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또 냉면에 같이 들어가는 계란이나 편육, 야채 등과 같은 고명이나 식혜를 꼭 같이 먹도록 합니다. 냉면은 조화의 음식입니다. 성질이 찬 메밀을 무가 소화를 도와주고 계란이나 편육이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해 주어 위를 편안하게 해 줍니다. 따라서 냉면에 들어가는 고명 등을 같이 먹도록 하고 꼭꼭 씹어서 먹게 되면 치아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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