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체와 손발바닥에 열이 나요, 음허화동(陰虛火動)
나이가 들면서 상체와 손바닥, 발바닥에 열이 심하고, 식욕이 줄어 기력이 쇠약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증상을 ‘음허화동(陰虛火動)’이라고 한다. 오늘은 음허화동에 대해 알아보자.
음허화동이란
음허화동(陰虛火動)이란 한의학적 개념으로, 우리 몸에 병적으로 열기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음기(陰氣)와 양기(陽氣)가 서로 균형 있게 존재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음기는 오행으로 보면 수(水)에 해당되고, 찬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장부로 본다면 신장에 해당한다. 반면에 양기는 오행으로 보면 화(火)에 해당되고, 덥고 열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면서, 장부로 본다면 심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음허화동은 음으로 표현되는 차가운 신장의 수 기운이 부족해지고, 상대적으로 화로 표현되는 뜨거운 심장의 열 기운이 너무 왕성해서 병이 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자동차가 운행할 때 엔진에서 열이 나는데, 그 열을 식혀줄 냉각수가 부족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음허화동의 증상
음허화동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리고 육체적인 증상과 정신적인 증상 모두가 나타난다. 몸에서는 항상 열기를 많이 느끼게 되는데, 주로 머리와 얼굴, 손바닥, 발바닥에서 심하다. 그래서 눈이 잘 충혈되고, 입이 마르며, 몸에 수분이 부족하여 피부가 건조하고 가렵다. 정신적으로는 집중과 안정이 안 되고, 화를 잘 내며,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빨리 뛰는 느낌이 든다. 또, 꿈이 많아지고, 잘 때 땀을 심하게 흘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쉽게 피로하고 항상 지쳐있다.
음허화동은 노인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젊은 사람에게도 술, 담배, 스트레스와 업무과다 등으로 원기를 소모한 경우에 나타날 수 있으나, 어르신들은 노화로 인해서 나타난다. 노화는 결국 우리 몸에 음적인 요소, 즉 수기가 부족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양의 기운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게 된다. 여성의 경우 40대 중후반이 되면, 음기에 해당하는 여성호르몬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갱년기 증상과 함께 음허화동 증상이 나타난다. 음허화동을 겪게 되면, 신장과 관련이 있는 뼈의 노화도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음허화동의 식이요법
음허화동에는 음주와 자극성 식품인 후추, 겨자, 생강, 고추, 초콜릿, 커피 등을 삼가는 것이 좋다. 열이 너무 올라서 힘들 때는 참외, 수박, 포도 같은 성질이 차가운 과일을 자주 섭취하고, 역시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는 녹차나 국화차를 마시면 좋다. 특히 음허화동으로 체력이 떨어졌을 때는 포도가 좋은데, 포도에는 소화와 흡수가 쉬운 포도당, 과당이 많아서 피로회복과 수기 보충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한의학에서 옥죽(玉竹)이라고 하는 둥굴레차는 성질이 차갑고 진액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열이 있을 때 수기를 보충해주는 대표적인 약재다. 마른기침이 나고 입안이 마르면서 갈증이 느껴질 때 사용한다.
반면 음허화동에 인삼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 『본초이해』라는 책에서는 음허화동에 절대로 인삼을 먹지 말 것을 당부했는데, 만일 먹게 되면 양의 기운이 너무 강해져, 불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병세가 더해지고 위험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인삼은 덥고 열한 성질을 가지고 있고, 인체의 상초와 중초에 작용하는 약재이기 때문에, 음허화동과 같이 하초의 음기가 약해졌을 때는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음허화동에 도움이 되는 지압점
삼음교(三陰交)는 음경락인 족궐음간경, 족소음신경, 족태음비경이 서로 교차하는 경혈로 양 발목 안쪽 복사뼈에서 5cm 위에 위치한다. 음경락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몸에 수기를 보충하고, 열기를 식혀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음허화동뿐만 아니라 갱년기 장애, 수족번열 등에 효과적이다.